<지속 가능성의 시작,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

양 진 호
엘카페커피로스터스 대표

산지에 찾아가 커피 맛을 봅니다.

소비자가 마실 한 잔을 선택하는 순간입니다.

구매를 결정하면 유통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맛이 변하는 탓입니다.

산지에서 생두를 받으면 로스팅을 하고 커피를 내리기까지 수차례 검증합니다.

검증하지 않은 커피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끝,그 모든 곳에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이 있습니다.

씨앗 즉,생두는 원두가 되고 커피가 됩니다.

그것은 커피와 연결된 모두가 살아갈 수 있게 합니다.

인터뷰: 나성은영상: 이희경

커피나무에 열리는 꽃이나 열매의 향과 맛이 궁금합니다. 꽃향기와 과육맛이 어떤가요?

아로마키트에 커피 꽃향기가 있긴 한데, 굳이 찾자면 재스민과 비슷해요. 커피 체리는 그냥 달아요. 그런데 당도가 체리마다 달라요. 어느 정도는 이 농장에서 좋은 커피가 나올까, 안 나올까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해요. 망고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게이샤는 파파야 같은 맛이 나기도 해요. 품종이나 농장에 따라 맛이 약간씩 달라요.

“나라마다 품종을 다르게 재배하는 이유는

그 나라 환경에 맞는 품종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나라별로 재배하는 품종이 다르던데, 저희가 방문하는 농장의 품종은 어떤 편인가요?

중미 쪽은 카투라, 카투아이 품종을 많이 재배하는 편이에요. 나라마다 품종을 다르게 재배하는 이유는 그 나라 환경에 맞는 품종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특정 품종이 이 나라에서는 맛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맛이 없는 경우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구 품종이라고 하는 버본, 피티카 계열의 품종이 있어요. 그리고 돌연변이 종이 있어요. 카투라, 카투아이가 가장 대표적이에요. 중미 쪽에서 카투라, 카투아이를 많이 심는 이유 중 하나는 키가 작기 때문이에요. 티피카나 버본 같은 품종은 위로 길게 자라는데 카투라, 카투아이는 2m 정도 자라서 수확하기에 좋아요. 그리고 나무당 수확량도 좀 더 많은 편이고요. 티피카, 버본은 크게 자라고 가지도 길게 뻗어서 식재 할 때 간격을 넓게 해줘야 해요. 그래야 서로 간섭이 일어나지 않거든요. 결국, 품종에 따라 헥타르당 심을 수 있는 나무 그루 수가 달라요. 생산성이라든지 업무의 효율성에 따라서 품종이 결정된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품종이 있으세요?

개인적으로는 구 품종을 좋아해요. 티피카, 버본을 좋아하는데 참 찾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흥미로운 건, 신품종들은 나무가 어렸을 때 맛이 좋게 나오는 편인데 구 품종들은 오래된 나무에서 품질이 좋게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오래된 버본이나 티피카 나무에서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많이 안 남아있어요. 안타까워요.

가공방식과 로스팅을 동일하게 했을 때 버본, 카투아이의 맛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가요?

생각보다는 나는 편이에요. 이거는 무조건 이런 맛이 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농장 가서 계속 맛보고 하다보면 얼추 맞출 수 있게 돼요. 티피카, 버본은 늬앙스가 좀 다르게 나오는 편이에요. 카투라, 카투아이를 맛 봤을 때 구별하는 건 솔직히 제 실력으로는 안되는데 미묘한 차이는 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정보가 있는 상태에서는 맞출 확률이 좀 높아요. 테이블에 버본이 하나 있는데 어떤 건지 알겠냐고 하면 맞출 수 있는데,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이 품종이 뭐냐고 하면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파카마라나 게이샤 같은 경우는 테이블에서 그냥 맛을 봐도 맞출 확률이 꽤 있긴 하죠.

“저희는 재작년까지 일반 컨테이너를 사용하다가

작년부터는 냉장 컨테이너를 쓰고 있어요.”

생두를 농가에서 가공하고 보관하다가 엘카페까지 오는 유통과정이 궁금합니다.

크게 두 가지 유통 과정이 있어요. 비행기 또는 배로 가져와요. 아주 비싼 생두, 경매로 낙찰받았는데 100kg, 200kg 되는 생두는 비행기로 가져와요. 그 외 생두들은 해상으로 가져와요. 저희는 재작년까지 일반 컨테이너를 사용하다가 작년부터는 냉장 컨테이너를 쓰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만족도가 되게 높아졌어요. 운송 비용은 3, 4배 정도 차이 나는데 한국에 도착했을 때나 품질 유지하기가 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과정을 보자면, 저희가 농장 가서 당해 작황을 보고 커핑을 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샘플링을 해요. 수확 중반기에 가다 보니 샘플 전체를 맛보지는 못해요. 수확된 커피를 맛보면서 다음 수확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돌아오면서 샘플 보낼 때 두 번째 수확이나 세 번째 수확도 같이 보내 달라고 얘기해요. 거기서 샘플을 보내주면 그걸 한국에서 다시 커핑하고 결정해요. 구매를 확정하면 그쪽에서 패킹하고 선적하기 전에 샘플을 보내요. 샘플을 다시 맛보고 이제 선적해달라고 해요. 그게 한국까지 오고 통관하면 사용하는 거죠.

그런데 중간 단계에서 들어가는 비용들이 꽤 있어요. 운송비용이라든지, 통관 시 식물검역이라든지, 그리고 관세가 들어가요. 흥미로운 거는 수입할 때 부가세도 내요. 안타깝지만 이 부가세는 환급이 안 돼요. 왜냐하면, 되게 애매한 부분이에요. 농산물은 원래 부가세가 없거든요. 예전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부가세가 발생 안 해요. 그렇기 때문에 환급이 안 되서 원가에 부가세 10%는 무조건 더 붙어요.

중간 유통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지겠네요.

그렇죠. 보통 가격 얘기할 때 선물시장인 뉴욕 C마켓을 많이 얘기하거든요. 그 가격을 보면 진짜 싸 보이고, 진짜 싼 생두가 맞긴 해요. 하지만 그게 비용의 전부가 아니에요.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긴 해요. 패킹 비용도 추가 비용이 나와요. 예를 들면 엘카페에서 수입하는 마이크로랏 같은 경우는 진공포장을 해요. 진공포장을 하면 그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해요. 요청이 많아질수록 비용이 더 늘게 돼요.

일반적으로 스페셜티 등급들은 SCAA 기준으로 그레이딩을 하는 편이에요. 프라이머리 디펙트(*에디터 주: 맛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결점두), 세컨더리 디펙트(*에디터 주: 맛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결점두) 이런 식으로 디펙트 즉, 결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게 돼요. 스페셜티 그레이드로 수입이 되는 생두는 프라이머리 디펙트가 없어야 해요. 이러다 보니 선별 기준에 따라서 금액이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디펙트를 그거보다 더 줄여달라고 해요. 예를 들면, 유럽 EP(European Preparation) 기준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런 요청 하나하나로 인해 비용이 올라가게 돼요

“나라마다 수확의 편차가 올해는 아주 심했어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올해 산지에서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고 품질에 영향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수확량은 복잡한 내용이에요. 나라마다 좀 다르거든요. 올해 중미 쪽에 수확이 줄긴 했어요. 보통 수확에 대한 첫 번째 영향은 날씨죠. 날씨가 얼마나 일정하냐에 따라서 수확이 좋냐, 나쁘냐가 결정돼요. 농산물이니까 어쩔 수 없죠. 그리고 커피나무의 특징이 있어요. ‘해거리’라고 격년을 기준으로 한 해는 수확이 많았다가 다음 해는 줄어드는 특징이 있어요. 커피나무뿐 아니라 과실수 대부분이 가진 특징이에요. 올해 수확이 많았으면 나무가 피곤해지니까 다음 해는 에너지를 모으려고 열매를 덜 맺게 돼요. 가지치기나 여러 방법으로 조절을 하긴 하지만 생산량이 꾸준히 나오지는 않아요.

예정보다 출장이 늦어지셨잖아요. 그게 수확량이 줄어든 이유와 관련이 있나요.

일정 부분 환경 때문에 그런 거예요. 사실 올해 출장이 늦어진 게 과테말라가 작년 11월부터 평소보다 날씨가 추워서 수확이 늦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2월에 출장을 가면 커피를 맛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국가도 과테말라 일정에 맞춰서 같이 갔어요. 니카라과는 냉해를 입지 않아서 제대로 수확이 됐어요. 이번 출장 갔을 때 과테말라는 수확 초반에 간 거고, 니카라과는 수확 끝날 때쯤 도착한 거예요. 나라마다 수확의 편차가 올해는 아주 심했어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어요. 바로 옆에 있어서 수확 시기가 겹치는데 올해는 일정이 많이 틀어졌어요.